좀 옛날에 쓴 겁니다. 당시엔 '왜 저렇게 싸우고 까댈까?' 하면서 썼는데,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것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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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 글은 절대로 어떤 대상이나 집단, 사회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쓴 것이니 가볍게 읽고 한번 웃으면서 넘겨주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 글은 임의로 수정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이든 퍼가도 상관없다.

1.
절대로 남보다 아는 체하지 마라.
특히 일본 문화 관련 정보에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히나마츠리보단 할로윈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보단 <파워퍼프걸>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요샌 '오덕'이란 단어가 그저 남을 까기 위한 단어로 바뀌면서 그 범위 또한 대폭 넓어졌다. 총기류, 전함류 팬도 물론 그 범주에 들어간다. 심지어는 철도 오타쿠라는 소리까지 들리더라. 따라서 개인적인 취미 따위 없는 '대중 문화를 즐기는 극히 평범한 일반인' 수준의 지식만 인터넷에 내비치는 것이 안전하다. 마이너한 취미는 그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 물론 오덕의 범위는 앞으로 더 확장될 수 있다.

2.
글을 쓸 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일본어를 섞어 쓰는 것을 삼가길 바란다.
(영어는 상관없다) 어쩔 수 없이 섞어 쓰게 될 경우 한국어 맞춤법 검사를 한 번쯤 해 보길 바란다. 한국어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일본어 섞어 쓴다고 매도당할 테니까.
닉네임을 지을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일본어, 쓰지 말아라. 일본어만 아니면 어떤 나라의 언어로 된 아이디도 트집잡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부르기 어렵다는 핀잔은 들을지언정 오덕오덕 소리는 절대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3.
패키지 게임은 다수가 하는 것 외에는 즐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형 게임은 온라인이다.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해 다운받은 후 몬스터를 때려잡거나 뭐 그런 종류 말이다. 패키지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즐긴다는 소리를 하다간 오타쿠 히키코모리 소리 듣기 딱 좋다. 게다가 '게임 정품을 사는 것은 오타쿠나 하는 것이다'라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마비노기는 동인 문화가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에 오덕 취급당한다.
휴대용 게임기의 경우, 닌텐도DS는 대세가 되어버려서 오덕이라고 까기는 쉽지 않다. 다만 '된장남', '된장녀'라는 무기가 남아있으므로 안심은 금물이다.

4.
그들과 대화할 때 비주얼 노벨이란 장르는 뇌리에서 지우고 입에 담지도 마라.
일단 그들에게 비주얼 노벨은 게임이라는 분류에 속하지는 않는다. 대신 '야동>=야사>>>>넘을 수 없는 벽>>>>셀로판테이프>19금 동인지=비주얼 노벨' 정도의 위치라고 조심스레 추정해본다.
물론 H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위쪽 화면에 사람, 아래쪽 말칸(혹은 화면)에 대사가 나오는 화면은 무조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미연시)이라고 취급된다. <쓰르라미 울적에>이 기준으로 보면 미연시에 속한다. 혹 사운드 호러라고 주장할 생각은 하지 마라. 안 통할 테니.

5.
눈이 실제 사람보다 2배 이상 큰 그림체로 미소녀/미소년을 그린 작품을 보는 것은 피해라.
전형적인 일본 만화의 그림체로 그려진 작품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만화는 과장, 생략 등등의 기법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을 그려낸다. 하지만 그들은 만화를 '실제와 똑같이 생긴 인물을 종이의 컷 속으로 옮긴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만화가 싫은 것이든가. 일단 그들은 이러한 그림체로 그려진 사람을 보면 구토를 할 정도로 혐오하는 것 같으니 위의 그림체를 좋아한다는 투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제일 편한 방법은 어렸을 때 TV에서 방영해주던 만화 외에는 관심을 일체 가지지 않는 것이다.

6.
키 크고 잘생겨야 한다.
물론 선천적인 것이다. 그래서 억울한가? 하지만 이 세계는 외모지상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오죽하면 '안여돼'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노파심에 설명해보자면, 안경+여드름+돼지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요새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다. 다만 요샌 비쩍 마른 사람도 오덕으로 여겨지는 추세이니 몸 만들기에도 최선을 다하자.

7.
밖에서 헤드폰을 쓰고 나돌아 다니지 마라.
더 웅장하고 좋은 음질로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헤드폰보다 이어폰이 대우받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음악 소리가 밖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오덕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기본예절이므로 지키기 바란다)
일본 음악, 록 음악을 듣는 티를 내는 사람도 타깃이 되어버린다. 그런 마이너한 음악 대신 최신의 대중가요를 항상 구비하고 다녀라.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음반을 사는 것도 오덕, -빠 취급받으니 꼭 리핑해 들어서 CD를 구입한 티를 내지 말자. 남들에게는 '다운받았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말고.

8.
코믹월드 행사장에 참여, 아니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하지 마라.
만화 캐릭터 상품도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코믹월드는 일찍이 이런 만화계열의 산업이 활발했던 일본에게서 많은 것을 따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일본 만화에 대한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한복 입은 만화, 애니 캐릭터는 극소수다. 찾기도 힘들다. 따라서 코믹월드에는 한복을 입은 캐릭터의 코스프레보다는 기모노를 입은 캐릭터의 코스프레가 훨씬 많다. 이는 코믹월드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두 오덕으로 몰기 위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

9.
웹상에서 그들을 비판하고 싶어도 절대 삼가라. 오덕이라고 까이는 사람들을 옹호하지도 마라.
그 들이 실제 일본 찬양자를 까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이 보일 것이다. 이 때 그들이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까든 아니든 그들과 얽히지 않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다. 객관적 입장에서 글을 썼건 어쩌건 당신은 이미 오덕의 편으로 넘어가고 만다. 답답하긴 하지만 지금은 남의 생각을 수정해줄 상황이 아니다.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편안한 삶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 뭔지를 생각해라.
추가로, 루리웹같은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 오덕취급당할 우려가 있다. 혹자는 웃대나 DC도 동급으로 취급하니까 참고하시길.

10.
마지막으로, 이런 종류의 글을 써 올리지 마라.

곧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 개념결핍자들, 정신연령이 채 중학교 1학년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아, 그들은 글이 너무 긴 나머지 스크롤을 내리겠으니 염려할 필요 없겠다)에게서 오타쿠 옹호론자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이걸 실명으로 올렸다간 개인정보 모두 밝혀지고 사회에서 매장당했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말 조심하고, 무사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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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j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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