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릭샤 위에서 맞은 바라나시의 아침



새벽, 도착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짐을 챙겨 다시 친구가 있는 칸으로 힘들게 돌아왔습니다. 이 곳 기차는 안내방송이고 뭐고 없어서 도착 예정 시간을 모른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봐야 합니다.

기차에서 내리니 아직 주위는 어두컴컴했습니다. 그런데도 릭샤왈라(릭샤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귀찮도록 달라붙더군요. 이번엔 오토릭샤 대신 사이클 릭샤를 선택했습니다. 요놈은 자전거 뒤에 사람 앉는 의자가 있는 이동수단입니다.

...근데 배낭까지 맨 세 사람을 태우고 가기에는 좀 많이 힘들어보이더군요. 물론 앉아있는 저희도(...) 특히 양 옆에 앉았던 K와 저는 엉덩이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는 거. 다신 안 타기로 했습니다.




강가(갠지스) 강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이만큼 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어떤 사제&여성 파티가 저희를 잡아끌더니 난데없이 꽃 초를 건네더군요. 저는 이게 뭔가 하고 기겁을 했는데, 영어도 못하고 끈질기게 권하길래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도승 앞에 앉아 뭔 말인지도 모르는 기도를 따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 때 옆에서 구경하던 서양인, 사진까지 찍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습니다만 무슨 신성한 의식(...)일까 싶어서 도망도 못가고요.




마지막 코스로는 초 꽃에 불을 붙여서 띄웁니다. 그리곤 머리에 강가 강의 신성한 물을 조금 뿌려주더니, 그 물을 넣은 물감으로 이마에 노랗고 빨간 무늬를 그려줍니다. 해방되어서 다행이다 싶은 순간 500루피를 달랍니다. 이 사람들 영어 못하는데 돈 달라는 말은 잘 해! 어이가 없어서 거세게 항의 후 80루피만 줬습니다. 아아 내 돈이... 사라진다...




Sankatha 게스트 하우스를 잡고, 이마의 그것을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칠 수 없죠. 근처에 있던 한국식당 라자 카페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훗~ 좋은 식당.

이제 본격적으로 강을 따라 가트 구경 시작. 화장터가 있는 마니카르니카 가트부터 시작해서 쭈욱 내려갔습니다. 그림엽서 파는 꼬마들, 악수하자며 페이크를 친 후 말없이 안마를 시작한 뒤 돈을 요구하는 안마사, 보트 호객꾼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안마는 처음 서서 받을 때 제시한 가격과 누워서 전신 안마를 받고 나서의 가격이 다릅니다.




또 다른 화장터 가트인 하리시찬드라 가트에 도착해선 멍하니 화장하는 걸 구경했습니다. 울거나 슬퍼하는 사람하나 없이 번쩍이는 천에 싼 시체를 옮겨다 태우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거의 구경 난 분위기. 시체는 우리가 떠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실려왔습니다.

어린아이와 처녀, 사제, 코브라에 물려 죽은 사람은 화장하지 않고 강에 가라앉힌다 합니다. 아까 그 사제가 우리 모자에 묻힌 물이 시체 썩은 물이었군요. 알겠습니다.




피곤해서 숙소에서 자다 일어나니 저녁. 다시 나가자 어떤 가트에선 뭔가 전통 의식을 하더군요. 방송도 해가면서 꽤 크게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다음날. 바라나시에서 가트변을 느긋하게 거닐다 보니까 사람이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출 보트를 탈 예정이었는데 아주 당연하단 듯이 셋 다 늦잠을 자고 말았어요.

체크아웃 후 이번엔 근처에 있는 Shanti 게스트 하우스로 갔습니다. 여기는 객실이 좀 후지고 자물쇠 제공을 하지 않으니 참고하세요. 대신 일출 보트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타고싶으면 다음날 4:20AM에 나오랍니다. 요새 제가 이 시간에 잡니다.

주인 아저씨가 <인도 네팔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의 저자 사진을 보시더니 기억난다고 하네요. 그리고 저는 머리에 태클 받았습니다. 한국 여자들이 많이 하는 귀여운 머리스타일이랍니다. 충격.


베어허그 시전 중



이 날도 강가 강가를 거니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위쪽의 큰 가트만 지나면 그나마 한산해서 좋더군요. 아래로 오~래 걷다보면 나오는 아시가트의 Pizzaria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오늘 밥은 이탈리아 피자입니다.

사람이 많아서 커피 타임을 즐기던 캐나다 분과 합석을 했습니다. 파리도 장난아니게 많더군요. 음료로는 싼 레몬 소다를 시켰는데, 말그대로 레몬+소다. 레몬즙과 탄산수가(...) 나왔습니다.

미국 피자랑 다르게 이 피자는 사람당 한 판을 시켜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산뜻하고 맛있어요.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 얹은 애플파이. 애플파이는 애플파이 맛입니다. 전 너무 달아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아이스크림은 최고였어요. 아이스크림이 메인입니다.

바라나시는 정말 시간때우기 좋은 곳입니다. 가트를 따라, 시장골목을 따라 돌아다니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시간이 금새 가 버립니다.

힘들어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쉬면서 아까 산 대나무 리코더를 불며 민폐를 끼치다 보니 어느새 저녁먹을 시간. 저녁은 게스트하우스 옥상 식당에서 비리아니&커리를 시켰는데, 이것도 성공!


Plain Rice를 시킨 저는 친구들 비리아니를 우걱우걱



치즈볼 커리에 들어가 있는 치즈볼은 내부에 파마산 치즈가 가득 차 있습니다. 한 마디로 짭니다. 옆에는 역시 치즈가 들어간 다른 커리인데요, 치즈가 아니라 두부같습니다. 씹으면 두부보다 살짝 쫄깃하고 고소하긴 한데... 그게 치즈인지 두부인지 논쟁을 벌여봤지만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라시(Lassi)를 소개해야겠군요. 라시는 음... 한 마디로 묽은 요플레입니다. 짜이와 함께 집에 와서도 또 먹고싶은 인도 음료에요. 여러 종류가 있지만 Plain Lassi가 가장 낫군요. Sweet Lassi에는 굵은 설탕이 녹지 않은 채로 들어있고, Chocolate Lassi는 초코향만 나고.


다음날 아침도 옥상 식당에 갔습니다. 물론 일출보트는 타지 못했습니다 orz

여기선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한식은 비추천. K가 한국이 그리운 나머지 김치찌개를 시켰다가 쓰디쓴 패배의 맛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무려 위에서 치즈인지 두부인지 논란이 되었던 그것이 들어있지요.


김치찌개와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이것저것 시켰는데요, 아이스크림은 바닐라향이라기보단 좀 미묘하게 마시멜로향. 오믈렛은 그 오믈렛이 아니고 그냥 계란후라이. 팬케익은 아무 맛도 안 나고 같이 나온 잼은 인공적인 설탕 맛이 가득. 그렇습니다.

이 날 체크아웃 후 라자 카페에 짐을 맡기고 드디어 일몰보트를 탔습니다. 이것도 가트 거닐기처럼 시간을 한가롭게 보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혼자 노저으며 꽃초를 반 강매하러 온 아이.



이제 밤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를 떠날 시간입니다. 바라나시의 골목은 많이 복잡한 편인데, 라자 카페에 가면 골목 지도가 있습니다. 그걸 보고 골목길을 돌아돌아 릭샤 정거장->기차역 도착. 또 비좁고 불편한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기차에 익숙해졌다는 거 아닙니까.


Posted by _j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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