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많이 쓰진 않지만 읽기는 많이 읽는다. 그 중 사람이 많은 사이트를 보면 꼭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일부러 싸움을 조장하려고 쓴 목적의 글, 거기에 휘말려서 신나게 놀아나는 글, 진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 컨셉인지 알 수 없는 글이 서로 어우러져서 아비규환을 연출한다. 어조도 가지가지다. 정중히 조목조목 말하는 글, 초성체를 남발해가며 남을 비꼬면서 도발하는 글, 별 생각 없이 찌끄린 글, 격 낮은 비속어.

나는 싸움을 싫어하는 편이라 딱히 키배에 참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읽기는 많이 읽는데 읽는 사람까지 기분나쁘게 만드는 글이 있다. 그것도 높은 비율로.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할까. 정말 저 사람의 인성이 저럴까. 꼭 저런 말을 해야 할 정도로 가학욕을 참지 못하는 걸까. 내 지인이 인터넷에서 저런 글을 싸고 다닌다면 난 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해서 심각하게 재고해볼 것이다. 아니면 제대로 된 사람도 저런 곳만 가면 입과 생각이 험해지는 걸까? 간혹 웹상에서 존대를 쓰는 사람들을 가식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보이는데, 사이트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일단 처음 보는 사람과는 존대가 기본 예의다. 가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이 거칠어지는 건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젠 초등학생까지. 양아치 수준이 아니더라도 소위 좀 논다 하는 애들은 말씨만 봐도 조폭 저리가라다. 길거리에서 남들 다 들리게 나누는 일상 회화에도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회화가 성립하지 않는가보다. 아무렇지 않게 말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씨발, 좆같다, 씹새끼야 등등. 뜻은 알고 쓰는지 모르겠다. 듣는 내가 다 민망해진다. 그런데 얘네들은 그러한 행동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우리는 입이 거친 친구가 있으면 "넌 입에 걸레를 물었냐"고 한 마디 해 주었는데. 서로 욕하며 아무렇지 않게 깔깔거리는 걸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욕설에 무뎌졌는지 알 만하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시도때도없이 나오는 욕은 자신의 천박함을 만천하에 광고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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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j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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